가장 젊은 순간으로써
대한민국 육군으로써
부대의 CERT병사로써
훈련소를 수료하는 마지막 전날 밤,
훈련소 동기들과 연등을 하였다
짧은 기간동안 있었던 많은 일들을
다같이 회상하며 한마디씩 툭툭 뱉었다
서로에게 서운했던 점들
서로에게 고마웠던 점들
함께했던 시간들을 리뷰했다
서로에게 한마디씩 해주는 시간이 있었는데
내 순서가 되어서 갑자기 울컥하였다
정(情)보다는 이제 끝이라는 사실이 행복했고
군대에서 흘렸던 가장 기쁜 눈물이였다
이기적이었던 사람들과의 만남을 끝내는 순간이었다
다른 동기가 나에게 조언을 해주었었는데
"뭐든 너무 열심히 하지 마라" 였다
늘 나서서 무리할 필요 없다는 의미였다고
건강하게 전역하는 걸 목표로 하자는 의미였다고
열심히 해줬어서 고마웠다고 했다
나는 조언의 뜻을 병장 1호봉에서야 깨달은 것 같았다
온지 얼마 안된 나를 맞아주는 3주 뒤면 집을 가는 병장이 있었다
반의 최고 선임이자 생활관의 분대장이자 대대의 고참이였다
상병 4호봉까지 반의 막내를 담당하는 꼬인 군번이였고
그럼에도 전역하는 전날까지 출근하여 업무를 하다가 떠났다
짧은 기간동안 나에게 매일 카페음료를 사주었고
내가 짬찌라 짬을 맞을 때에도 무시하지 않았다
소외되는 것 같은 병사가 있으면 의식해서 챙겨주었고
내게 오늘은 어땠는지 물어봐주었다
신병이라 챙겨줬을지도 모르고
말년이라 유해져서 그럴지도 모른다
그의 전역 전날 나에게 '내 편을 많이 만들면 좋다'고 말해주었고
그의 전역 전날 밤엔 대대의 모든 사람들이 그의 전역을 축하하기 위해 모였다
그날 밤은 군생활 중 가장 길었던 연등이 아니였을까 싶다
일병 1호봉에 첫 전역빵을 때린 날이였고
군생활의 롤모델이 정해진 순간이였다
전입 1개월 차에 해결이 되지 않는 문의전화를 받았는데
전입 오기 오래 전부터 있었던 해결되지 못한 문제였다
내 옆 선임분들은 전화를 뺏어서 해결해주지 못했다
문의자는 전후 관계없이 해결을 하지 못하는 나에게
왜 능력이 없냐며 화를 내었고 화가 나지만 능력이 없기에
죄송하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 전입 3개월 차에 다시 걸려온 전화는
온지 얼마되지 않은 나의 후임과 함께 있을 때 였다
달라진 것 없이 흥분한 상태의 문의자는 이번엔 도망치지 말라는 식이였고
나는 죄송하다는 말 대신 죄송했었다는 말과 함께
전 6개월 간 끌어왔던 불만사항을 해결해드렸다
선임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후임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야간 근무마다 홀로 업무를 연구한 게 뿌듯한 순간이였다
12월 중순, 드디어 사라졌으면 하는 사람이 대대를 떠났다
그 사람을 안지 얼마 안되었을 때부터 소문이 자자했는데
최대한 편견없이 그사람을 대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얼마안가 점점 소문이 이해되기 시작했고
최악의 선임으로 꼽기에 이르렀다
다름을 인정하기에는 남에게 너무 많은 피해를 주었고
다른 사람의 말은 아예 듣질 않았다
나보다 2년 늦게 태어났다기에는
아직도 성장을 시작하지 않은 수준 같았고
'어리다고 무시할까봐-' 라는 그의 망언은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합리화하는 변명 같았다
정말 저렇게는 살지 말아야겠다는 교훈, 그리고
12개월 동안 봐왔지만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였다
그 사람은 떠나는 날까지 자신의 쓰레기들을 내버려 둔채 사라졌고
그 쓰레기가 치워지자 대대의 악취는 사라졌다
그 사람이 떠난 다음 날 우린 파티를 했다
12개월 동안 같은 자리에서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 했다고 생각했다
의미있는 보상을 바라고 한 일은 아니지만
옆에서 표창을 받는 다른 전우들을 보면
사람이었기에 샘이 나기도 했었다
가끔 친절함과 전문성에 칭찬을 해주는 간부님들이 있어서
과자와 음료를 주고 싶다고 찾아오시는 간부님들이 있어서
목소리만 들어도 알아봐주시고 인사해주시는 간부님들이 있어서
잘 버티고 버텨왔었다
이제는 후임에게 인수인계를 해주어야 할 시간이 왔고
내가 배워온 것처럼 일을 가르쳐주었다
자연스레 내 일을 덜어가기 시작했고
나는 내 선임들처럼 시간이 남아돌기 시작했다
이 시간이 다가오자
'그 태도로 일할 생각이면 출근하지 마라'는
가장 가까웠다고 생각하는 간부님의 한마디가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사과를 받았지만 깊이 자리잡아 있다
대학교 과선배이자
군대의 1달차 맞선임였던
친한 형이 전역했다
함께 돌아보니 시간이 빠르게 흘렀고
많은 추억들이 쌓여있었다
형에게 서운했던 날보다
고마웠던 날이 더 많았고
그래서인지 나도 기분이 좋았다
처음으로 선임을 보내면서
부럽다기보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했으면 좋겠다